[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부동산 거품…중앙은행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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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970년 이후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boom & bust)로 이어진 경험은 주식시장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기간 중 증시는 24차례의 붐 가운데 단지 4차례만 주가폭락으로 이어져 경험적 확률이 17%에 불과했다.
반면 부동산시장은 20차례의 붐 가운데 절반을 넘는 11차례의 거품 붕괴로 이어져 경험적 확률이 55%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로 이어진 것은 일본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과 같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하고 국토면적이 작은 국가일수록 빈번하게 발생해 비슷한 여건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대부분 OECD 회원국에서는 부동산거품이 붕괴될 경우 은행위기가 발생하면서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특히 이번 경기회복이 자산효과(asset effect)에 기인한 측면이 심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부동산거품이 붕괴될 경우 세계 각국 경제가 이중침체 혹은 다중침체에 빠질 우려가 높다.
올 들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부동산거품 논쟁이 가열되면서 거품이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논의가 활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논의의 핵심은 통화정책이 현행처럼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안정에만 주력해야 하느냐 아니면 부동산가격 안정도 함께 도모해야 하는지 여부다.
지금까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상황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는 부동산가격 변동에 선제적 혹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통화긴축정책의 경우 경제성장 둔화와 같은 거시경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또 부동산의 거품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아 선제적인 개입시점을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중앙은행이 부동산거품이 발생하는 초기단계부터 선제적으로 통화긴축정책을 펼쳐야 나중에 부동산거품의 붕괴가 가져올 수도 있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금융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선제적 대응론'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물론 통화긴축정책은 경기침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거품붕괴가 야기시킬 더 큰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부동산 거품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그렇다고 해서 대응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중앙은행의 역할은 무엇인가.
쉽지 않은 문제이나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은 미래의 부동산거품 붕괴를 방지하는 데 따른 '효율'이 통화긴축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압도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다른 정책수단으로도 부동산거품 형성을 막을 수 있는 경우에는 통화긴축정책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효용과 비용 간의 상대가치를 면밀하게 평가해 부동산거품 방지를 위한 개입 여부와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인하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놓여 있고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이 점을 유념해서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