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여름도 끝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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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 냉전논리의 반대편에서 저울추를 맞추려 애썼던 이영희 교수는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말했었다.
날개가 한쪽으로 쏠리면 제대로 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새는 방향을 바꿀 때 머리부터 돌린다고 한다.
소설가 이문구의 표현을 빌리면 머리는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간다.
우리 사회의 보혁(保革)·계층·세대·노사 갈등의 뿌리는 날개의 균형이 어긋나고 머리가 한쪽으로 기운 탓이 아닌가 싶다.
땀흘려 일하기보다 목청을 높여 외쳐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입추도,말복도 지났고 휴가들도 다녀왔다.
아침 저녁 서늘한 기운에 창문 열어놓고 잤다가는 감기 들기 십상이다.
열대야 한 번 없이 여름을 넘길 판이다.
그러나 갈등으로 잠 못 이루는 '마음 속 열대야'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참여정부 6개월 동안 너도나도 '존재의 이유'를 외쳐댔다.
새만금이 그랬고,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그랬고,대형 사업장 노조가 그랬다.
요즘 법원은 대법관 제청파동으로,검찰은 '1백50억+α' 수사로 새삼 존재를 증명하는 듯하다.
외칠 힘조차 없는 서민들은 행복하지도,살림살이가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춘투 하투에 이어 '추투(秋鬪)'에 돌입할 기세다.
이번 주 최대 관심사는 그래서 주5일 근무제다.
국회는 20일쯤 관련 입법안을 통과시킬 움직임이지만 양대 노총은 노숙농성(18일),총파업(19일)을 예고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화물연대도 재파업(20일) 으름장이다.
이에 맞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할 말은 하겠다'며 긴급 기자간담회(18일)를 자청하고 나섰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개정안(19일),세법 개정안(20일),청와대 차세대 성장동력 보고대회(22일)가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민생안정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염두에 뒀는지도 따져봐야겠다.
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경제의 성공 없이는 다른 성공도 없다"고 말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경제 분위기도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혁'대립은 광복절 기념식까지 따로 갖게 하고 경찰은 '닭장차'로 그 경계를 갈라 놓았다.
소설가 이청준은 중편 '소문의 벽'에서 이 같은 이분법의 공포를 '전짓불'이란 상징물로 그려냈다.
6·25 와중에 한밤중 낯선 남자가 전짓불을 들이대며 '좌냐,우냐'라고 물어올 때의 두려움을 상상해보라고 소설가는 묻고 있다.
그런 장면들이 많았던 지난 주였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