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일본 자동차노조의 임금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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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동차업계 노조들로 구성된 자동차총련이 물가가 상승국면으로 바뀔 때까지는 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해마다 대폭적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투쟁에 나서는 우리나라 노조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부러운 느낌마저 감추기 어렵다.
자동차총련은 임금(기본급)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기술 숙련도 등 노동의 질 향상 정도를 수치화한 후 이 범위 내에서 사측에 요구액을 제시키로 했다고 한다. 철강노조의 경우는 임금인상을 격년제로 요구키로 했다. 이에 앞서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1조4천억엔에 달하는 사상최대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올해 임금인상을 동결키로 선언했다.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일본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임금을 더 올려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일본 노동계의 모습은 제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한국 노조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현대차 노조는 40여일에 이르는 장기 파업으로 사측을 밀어붙인 끝에 대폭적 임금인상,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 법적 수준을 넘어선 노조의 경영참여까지 받아냈다.
생산성 향상 격려금 명목으로 파업기간 임금도 상당부분 보전받았다.
기아차 노조는 토요일마다 전면 파업을 반복하면서 임금인상은 물론 신차종 개발 때는 현대·기아차 노사가 합의해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펴고 있다.
한국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는 자동차업계의 실질임금과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선명히 드러난다.
실질구매력으로 볼 때 현대차 근로자들의 임금은 도요타와 같은 수준이고 GM보다는 오히려 앞선다고 한다. 반면 연구개발 투자액은 일본·미국 기업의 5분의 1에도 크게 미달하는 형편이다.
그들보다 훨씬 많이 벌고 훨씬 많이 투자해야 할 처지에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데만 급급하다는 이야기다.
이러고도 한국 자동차업계, 나아가 한국경제의 밝은 미래가 약속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누차 지적해왔듯 대기업노조의 집단이기주의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노·노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위화감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결과도 초래한다.
도요타자동차나 일본자동차총련의 사례가 보여주듯 대기업 노조는 이제 사회적 책임감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이를 도외시한 채 계속 집단이기주의만을 추구하다가는 노동운동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