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3:16
수정2006.04.04 03:20
지난달 16일 오후 3시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적 환승역인 온세(Once)역 광장.
노점 상인 1백여명이 모여 도로를 점거한 채 시끄러운 딱총을 쏘며 "길거리 영업을 보장해 달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노점상 단속은 '아름다운 공기'라는 뜻을 갖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흔한 일.
하지만 상인들은 이날만은 독기를 품고 경찰과 대치했다.
손수레에 슬리퍼 등 생필품을 가득 싣고 시위 행렬에 나선 라미오 가치오씨(43)는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경찰까지 단속을 하니 정말 못 살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온세역 안에서는 역사 경비원들의 파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하루는 역무원,하루는 청소부,또 하루는 경비원의 순서로 이어지는 '릴레이 파업'이었다.
승객들은 마음대로 승차장 출입구를 드나들고 있었고 객차는 때 아닌 공짜 탑승 빈민들로 만원이었다.
오후 6시쯤 되자 이른바 '넝마주이'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넝마주이들이 외곽 지역으로 돌아가는 '전용 열차'였다.
온세역의 승무원 페르난도 아킬레 씨는 "3년전부터 쓰레기통을 파먹고 사는 빈민들이 늘어나면서 일반 승객들과의 격리를 위해 전용 열차를 만들었다"며 "요즘은 관광객들도 넝마주이 열차를 구경하러 온다"고 무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 1974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하며 '남미의 진주'로까지 불리웠던 아르헨티나.
그러나 지금은 국민소득이 3천3백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하루 세끼 밥도 해결하지 못하는 빈민들이 전체 인구(3천8백만명)의 절반이나 된다.
끊임없는 파업과 시위,그리고 경제불안-.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얼굴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잔뜩 배어 있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