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노조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 등을 지급하기 위한 재정자립기금 조성을 추진하면서 사측에 최소 1천5백억원을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현행 노동조합법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가 올해 임단협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문제는 다른 산업계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어서 금융노사의 협상 결과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노조측의 요구=금융노조는 지난 주 은행연합회 등 사측 협상단과의 대표교섭에서 "노조 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임금 지급 중단에 대비해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며 기금의 60-70%를 사측이 부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97년 개정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2007년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측은 재정자립기금 조성 규모를 2천5백억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출근거는 이렇다. 금융노조 산하 31개 금융기관의 노조전임자는 약 2백50명이고 이들의 1인당 평균임금은 연 5천만원이다. 이를 기금 이자(실세금리 연 5% 가정)만으로 지급하려면 전임자 1인당 약 10억원씩 총 2천5백억원의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 사측의 임장=은행연합회는 노동관계법이 규정한대로 유예기간인 2006년까지만 사측이 전임자 임금을 부담하되 기금적립 부담까지 질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그 이상을 부담한다면 법이 규정한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쟁점이었던 임금 인상률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선 견해차를 상당부분 좁혔으나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문제에선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려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유권해석 혼란 부추겨=노조의 재정자립기금 조성문제가 임단협의 쟁점으로 부상하자 은행연합회와 노조는 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답변이 모호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답변서에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축소에 따른 회사의 잉여재원을 노조 재정자립기금 적립에 사용하는 방안을 노사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며 다만 이 때의 재원은 반드시 당해연도 축소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했다. 이를 놓고 노조는 사측이 재정자립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사측의 입장전환을 촉구하고 있으나 은행연합회는 2007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앞서 4년간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줄여 그 축소분으로 기금을 적립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더 혼란스러워 이를 명확히 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