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대구에 뭐 볼게 있냐.먹을 만한 음식은 또 뭐가 있고…." 대구 사람들조차 흔히 이렇게 말할 정도로 지금까지 관광지로서는 홀대받아온 게 대구다. 분지 특유의 불볕 더위와 겨울의 혹한,섬유산업의 도시라는 삭막한 이미지만 부각돼온 탓이다. 이런 대구가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계기로 영남관광의 중심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 동안 소문을 내지 않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볼거리와 맛난 음식이 너무나 많은 게 대구라는 얘기다. U대회가 열리는 대구로 여행을 떠나보자.특히 대구의 북동쪽을 감싸안고 있는 팔공산 일대는 웅장한 산세와 함께 곳곳에 문화유적이 즐비한 관광의 보고(寶庫)다. 우선 대구국제공항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북쪽으로 뻗은 팔공산 진입로(80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산에 당도하기 전부터 이것저것 챙겨볼 것이 많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요 조선초의 유학자 서거정이 '달성십경(達城十景)' 중 제6경으로 예찬했던 동구 도동의 '달성측백수림',5∼6세기께의 삼국시대 토호들의 옛무덤 2백11기가 야산을 뒤덮고 있는 불로동 고분군(사적지 제262호),파군재 삼거리에서 멀지 않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 등이 팔공산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 세운다. 서기 927년의 공산전투에서 견훤의 백제군에게 패한 왕건에게 병졸의 옷을 입혀 탈출시킨 신숭겸 장군은 자신이 왕의 옷을 입고 나가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유적지에는 그의 충절을 기리는 표충단과 상절당,표충비 등이 조성돼 있고,곳곳에 만발한 수십 그루의 백일홍이 그의 충절만큼이나 붉다. 다시 발길을 돌려 파군재삼거리로 나와 동화사로 향한다. 서기 493년 극달화상이 창건한 동화사는 팔공산의 대표적인 사찰로 뒤틀린 나무를 기둥으로 세워 자연미를 살린 대웅전과 봉서루,금당선원,보물 제248호인 3층석탑 등 유서깊은 문화재들이 세월의 무게를 전해준다. 12층 아파트 높이와 맞먹는 33m 높이의 통일약사여래대불도 동화사의 자랑거리다. 이제 갓바위를 거쳐 산으로 오를 차례다. 동화사 아래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돌계단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니 관봉.이곳의 바위를 깎아 만든 것이 영험있는 기도처로 유명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갓바위다. 높이 4m에 이르는 갓바위의 공식 명칭은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인데 머리 위에 15㎝ 두께의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다. 갓바위에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 노적봉,인봉,병풍바위,동봉 등을 지나 마지막에 당도하는 곳이 해발 1천1백92m의 비로봉,팔공산 최정상이다. 대구 시민들은 동네 뒷산처럼 오르내리지만 사실 팔공산은 전체 능선길이가 20㎞에 이르고,대구는 물론 영천 칠곡 경산 군위 선산 등 2개 시와 4개 군에 걸친 거산(巨山)이다. 한편 각 성씨들이 대대로 살며 집성촌을 이룬 전통마을도 대구와 인근 지역의 볼거리 중 하나다.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의 '인흥마을(남평 문씨 세거지(世居地))',사육신 중 한 명인 박팽년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달성군 하빈면 묘리의 순천 박씨 집성촌 묘골마을과 사육신을 모신 육신사,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형적인 가옥과 생활양식을 볼 수 있는 동구 둔산동의 경주 최씨 종가 '옻골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또 김종직의 제자로서 영남 사림의 맥을 이은 한훤당 김굉필을 모신 달성군 구지면 도동 낙동강변의 도동서원도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경치가 일품이다. 대구=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