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는 자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투신 자살'이 늘고 있어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건물에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이 달초 자신의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준 것을 비롯해 지난 달에는 평소 부대 고참의 성추행을 못 견뎌온 한 사병이 휴가를 나왔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회장의 죽음 이틀 뒤에는 부산에서 우울증을 앓아오던 30대 주부가 정 회장투신 소식에 충격을 받고 뒤따라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기도 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인천의 한 40대 주부가 3년전 아들이 투신자살한 아파트에서뛰어내려 목숨을 끊었고, 17일에도 우울증에 시달려온 경남 창원의 30대 주부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졌다. 해외의 경우 홍콩의 유명 배우인 장궈룽(張國榮)의 투신자살 소식이 많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를 보면 자살 중에서도 유독 음독과 투신에 의한 자살 발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음독 자살은 지난 2000년 2천760여건에서 2001년 3천360여건으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3천580여건으로 늘었다. 투신 자살은 지난 2000년 1천330여건이 2001년엔 1천550여건으로 증가했고, 지난 해(1천530여건)에도 이와 비슷했으며 올해는 지난 7월까지 88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특히 익사나 교사, 소사, 가스 등 다른 자살 유형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과비교하면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투신자살이 느는 원인을 아파트나 사무실 등 건물이 고층화하는 `주거환경의 변화'에서 찾는다. 도시 등에서는 쉽게 택할 수 있는 자살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투신 자살은 음독 등 다른 자살에 비해 죽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강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고경봉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과거에는 목을 매달거나 약을 먹어 자살을시도했지만 아파트 등 건물이 고층화하면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신이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또 "투신은 또 다른 방법에 비해 과격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기때문에 무언가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때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빠져나갈 돌파구가 하나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막다른 절망감으로투신을 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이홍식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교수는 "죽겠다는 충동이 강할 경우투신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고층 건물에서의 자살을 막기 위해 `안전망' 등 각종 안전 시설물 설치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