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e메일로 주주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두 최고경영자(CEO)의 '감성경영'이 눈길을 끈다. 현대상선의 노정익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주주들에게 회사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노 사장은 18일 주주들에게 올 상반기 실적과 재무상황,해운업계 전망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대주주였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한 소회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편지에서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여러분께 처음 편지를 보냈는데 이번이 벌써 네번째"라며 "한통 한통 쌓여가는 편지는 도약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현대상선의 생생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노 사장이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처음 보낸 것은 지난해 12월로,당시 회사의 알짜 수익원으로 꼽히던 자동차운송부문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주주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어 지난 3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자사주가 증시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을 때와 5월 1·4분기 실적 발표 때도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노 사장의 이른바 '편지 IR활동'은 주주들은 물론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돼 최근에는 동참하는 그룹 계열사가 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기업 대표가 특별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편지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관리종목 지정 당시에는 이 편지가 전달된 후 주가가 상승 반전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의 김충훈 사장은 지난달부터 4천여명의 직원에게 삶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을 담은 글을 e메일을 통해 수시로 보내고 있다. 지난달 하순 '좋은 글이라고 생각돼 함께 나누고 싶어 보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처음 시작된 김 사장의 편지에는 각종 책자나 매체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글들이 출처와 함께 적혀 있다. 한 기자의 글을 인용한 '진실의 순간'이라는 편지에서는 "지금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야 '진실의 순간'이다.이런 진실의 순간 앞에서는 명분도 집단이기주의도 접을 수 있어야 한다.진실의 순간을 놓쳐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누구라도 그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대결 구도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나님과의 인터뷰'란 편지에서는 "용서를 실천함으로써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서로를 극진히 사랑하면서 아직도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삶의 지혜'를 강조했다. 사장의 편지를 받아 본 직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멀게만 생각됐던 사장이 좋은 글을 보내주는 걸 보니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e메일 배달이 계속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사장이 전달해 준 글을 읽고 한번쯤은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