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카를로스 델라 배가(62)씨는 다국적기업을 포함해 3천5백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아르헨티나 상업연맹(상공회의소)의 회장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최대 석유회사인 YPF의 대표 임원을 지낸 재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은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뗀 카를로스 회장은 "각 경제주체들간 불신이 사라져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국민들이 장롱속에 '감춰 둔' 돈이 2백억달러가 넘고 해외은행에 예치된 돈도 1천2백억달러나 된다는 사실을 꼽았다. 정부의 경제운용이 안정을 찾고 경기가 살아나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 5월 대통령궁에 입성한 네스토 키르츠네르 대통령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듯 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틀이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잘 해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카를로스 회장은 그러나 정부가 임금협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말부터 최저임금을 월 2백페소에서 2백50페소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같은 일방적인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그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조와 사용자 단체의 협상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형편이 되지 않는 기업들에까지 일률적으로 인상을 강요할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회장은 "당장은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여 무역경쟁력을 확보하는게 선결과제"라며 "페소화 평가절하만을 통한 수출증대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율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엔 국민들의 구매력이 너무 위축될 뿐만 아니라 빈민층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