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30대 회사원이 있어 화제다.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 모두 5단계를 건너 뛴 파격적인 발탁인사다. 화제의 주인공은 시계제조업체 SWC코퍼레이션(옛 삼성시계)의 김동순 신임 사장(37). 수출본부 차장으로 일하던 그는 최근 주주이자 사원인 회사 동료들로부터 만장일치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뽑혔다. SWC는 지난 98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당시 수출본부장이던 최윤집 전사장이 40%,회사 임직원이 나머지 60%의 지분을 갖고 새출발했으나 지난달 최 전 사장이 개인 사정으로 주식을 회사에 모두 넘겨 회사 임직원이 모든 주식을 보유,주요 경영사항을 직접 결정하고 있다. 김 신임 사장은 지난 89년 삼성그룹 공채(32기)로 입사한 후 지난해까지 줄곧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었다. 세계 시계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바이어들을 만나느라 한 달에 평균 한 번은 출장을 나가 마일리지가 70만∼80만마일에 이를 정도다.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양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는 등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도 자연스레 해외영업에 대한 그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하게 됐다. 이번에 사장자리를 양보한 부장급 이상 다섯명의 선배들도 그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적극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 적극 도와주고 있어 나이 때문에 생기는 사내 불협화음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김 대표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고 CEO의 역할에 대해 "해외수출이 전체 매출의 80%이상인 만큼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사내에 새롭게 변화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SWC는 지난해 1백43억원 매출에 10억여원의 흑자를 냈다. 특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국내 시계 업체들과 달리 1백% 자사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7년 1백50년 전통을 가진 스위스 브랜드 'Haas & Cie'를 인수,'SWC''SAMSUNG'과 함께 3개 브랜드로 4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향후 CEO로서의 경영전략에 대해 김 대표는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잠재력이 풍부한 거대시장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춰 세계 유명시계 대열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으로서 그동안 소홀했던 인적투자에 힘써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해 내는 등 회사발전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