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파문'과 관련,대법원이 18일 전국 법원별·직급별 법관 대표들이 참석하는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긴급 개최하고 일선 법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사태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개혁성향 법관들은 "대법원의 기존 방침을 확인하는 또다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어 대법관인사제청 파문이 집단사퇴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3시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국판사와의 대화'를 개최하고 '대법관 인사와 법원 재판시스템 개선방안' 등을 주제로 격론을 벌였다. 회의는 전국 고·지법과 서울지법 4개 지원의 부장·단독·배석 판사 등 대법원이 긴급 소집한 전국 판사 56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법원 손지호 공보관은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싶다는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판사들과의 대화가 마련됐다"며 "회의에서는 대법관제청 파문 사태 경과와,대법원의 입장,차기 대법관 제청 때의 일선판사 의견수렴 방안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자유스럽고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회의 초반 사진촬영을 제외하고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대법관인사제청 방식에 이견을 제시해온 소장 부장판사들은 "대법원의 전향적인 접근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결과와 관련,손 공보관은 "회의결과로 인해 인사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안다"고 말해 대법원장이 자문위원회에 추천했던 3명 중 1명을 제청키로 하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후보제청은 하루이틀 늦어지게 됐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일부 판사들은 회의결과를 주시하면서도 대법관제청방식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이 근본적인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사퇴하겠으며 그 시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대법관을 임명할 때가 될 것"이라며 '조건부 사퇴의사'를 밝혔다. 문 부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사법부 전체의 후진성 때문"이라며 "대법원은 사법 개혁이라는 국민의 염원을 매번 무시해 왔고 이번 인사 파문도 전근대적인 사법제도의 병폐라는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