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통일重] "기업 당장 그만두고 싶다" .. 최평규 회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당장이라도 회사 경영을 그만두고 싶습니다.그만두더라도 인수 후 6개월간 나름대로 뛰어다녔으니 욕은 먹지 않겠지요."
노조에 악용당할 것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는 최평규 통일중공업 회장을 지난 15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막상 기자를 만나자 마음 속 깊이 쌓아두었던 얘기들을 울컥울컥 토해냈다.
인수 직후 최 회장의 기대는 컸다.
지난 82년 13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세운 ㈜삼영(옛 삼영열기)을 국내 최고의 열교환기 메이커로 키워낸 자신의 뚝심이면 통일중공업도 충분히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웬걸요.한번은 오후 4시29분께 생산현장에 들렀습니다.5시 퇴근을 앞두고 노조원들이 라인의 전기를 모두 끄고 담배를 피우며 놀고 있습디다.아침 8시에 출근해도 8시30분까지 기계가 안돌아갑니다.점심 먹고는 30분 더 쉬더라고요.야간작업 시간에는 자기네들끼리 결정한 작업물량만 채우고 집에 갑니다."
최 회장은 기가 막혔다.
주변 동종업체인 현대다이모스가 하루 10개의 제품을 생산하면 통일중공업은 7개를 만든다고 한다.
"완성차 업체에 동일한 가격에 납품하는데 현대다이모스는 흑자고 통일은 적자가 나요.생산성이 낮다는 말밖에 더 됩니까.그런데도 노조는 민주노총의 가이드라인인 11.1%(기본급 12만5천1백41원) 임금인상을 고집하면서 파업을 일삼고 있어요.
같은 민주노총 소속인 현대다이모스는 파업을 안하는데."
반면 최 회장이 제시한 것은 생산성 30% 향상과 기본급 5만원 인상.
생산성 30%를 달성하고 목표한 이익이 나면 나머지는 노조원들한테 성과급으로 돌려주겠다고 제시했다.
인수 직후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노조의 약속에 1인당 2백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노조를 달래기도 했던 터다.
"어찌된 게 달래면 더 강경해져요.지난달 24일 직장폐쇄 후 바로 파업을 철회하길래 회사측 안을 수용한 줄로 알았는데 말입니다.적자를 봐도 기업은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열심히 일 안하고 어떻게 임금인상 타령만 합니까."
최 회장의 결심은 단호했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불법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
생산성 향상 없이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했다.
"인수하면서 노조를 상대로 한 기존 고소·고발건을 취하해줬고 비용을 대줄테니 노조가 공인회계사를 선정,경영내용을 감시하라고 했어요.그런데 노조는 무조건 고임금만 요구합니다.회사가 망가져야 투쟁을 성취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어요.투쟁 또 투쟁입니다.노조에 서너번 속은 걸로 족합니다."
지난 1·4분기 44억원이던 통일중공업의 경상적자는 파업으로 인해 7월 말에는 82억원으로 불어났다.
"생산현장에서 9명 이상의 인력을 전환배치하려면 노조와 합의해야 합니다.노조 합의 없이는 라인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불가능해요.강성이라던 두산중공업 노조보다 더합니다.상식의 한계를 벗어난 노조예요."
최 회장은 연신 담배를 피웠다.
평소 1갑이던 흡연량이 최근 3갑으로 늘었다고 했다.
"갑갑하다" "길이 안보인다" "지칠대로 지쳤다" "할 만큼 다 했다"고 체념 섞인 한탄을 연거푸 내뱉었다.
"통일중공업 노조문제가 해결되면 대한민국 노조문제가 다 해결될 겁니다.노조의 인식 변화 없이는 해결책이 없어요.이도 저도 안되면 국가에 회사 주식을 헌납하고 사업을 접는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