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합의서가 발효된 어제 북한당국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선수단 파견 취소를 시사하고 나선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남북한간에 경협을 본격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마련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북한측이 이런 식으로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계속한다면 향후 남북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발등의 불인 한반도 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대북투자에 나설 남쪽 기업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합의서는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조정 청산결제 등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향후 대북 투자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춰 줄 것이란 기대를 낳기도 한다. 전경련을 비롯해 기업들이 환영하고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번 합의서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솔직히 말해서 의문이다. 남북 상호간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그 어떤 합의나 약속도 의미가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경제난 탈피를 바란다면,하루빨리 핵개발을 포기하는 건 물론이고 보수층의 8·15 기념대회를 빌미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하겠다는 트집잡기 식의 자세는 탈피해야 옳다. 정부도 투명하고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견지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해야만 북한측의 자세변화와 성의있는 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DJ 정부가 남북경협을 서두른 나머지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과 거부반응을 낳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합의서 발효를 계기로 대북 투자기업이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을 받을 때 북한에 투자한 자산을 담보로 인정해주며,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남북협력기금에서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그런점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협 건수는 늘어나겠지만,또 퍼주기 논란을 불러오지 않도록 제도와 운영 양면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