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노조가 노조전임자 임금을 주기 위해 사측에 최소 1천5백억원을 재정자립기금으로 출연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결론부터 말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이런 발상 자체가 그저 놀라울 뿐으로, 노조의 도덕불감증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조측은 "회사측의 임금지급 중단에 대비해 재정자립기금이 필요하다"며 기금의 60∼70%를 사측이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약 2백50명에 달하는 산하기관 전임자 임금을 이자만으로 지급하려면 1인당 10억원의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나 상식으로 보나 이는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 요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는 '노조전임자는 그 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현실을 감안,부칙에서 '2006년 12월31일까지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그만큼 법의 취지는 너무도 명확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까지 가진 노조가 협상상대방인 사용자에게 '뒷돈'을 대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사측이 기금출연에 동의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는 회사와 노조를 상호독립적인 관계로 정상화해 가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사측이 노조전임자 임금을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 보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사측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동부는 애매모호한 유권해석으로 혼란만 부추기지 말고 태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금융노사의 협상결과는 다른 업계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분명히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