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비장산(半壁江山,천하의 절반)' 중국 언론들이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음을 빗대서 자주 사용하는 문구다. 그 때마다 중국 신식산업부 통계가 인용된다. 닝보보다오 TCL 등 중국업체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부터 50%를 넘어서 올 상반기 전체로 55.28%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한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토종업체가 약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통계가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통계는 중국 내에서 생산한 휴대폰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수입된 것까지 합하면 토종 제품이 아직 절반을 못 넘었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통계는 부풀리기 통계의 한 사례일 뿐이다. 중국언론들이 얼마 전 2015년까지 세계 1위의 조선업체가 되겠다는 중국선박공업집단의 비전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내놓은 수치도 그랬다. 신화통신 중국신문사 차이나데일리 등은 이 회사가 상반기에 5백92만t의 선박을 수주했다고 전하면서 무게 단위를 제시하지 않았다. 선박은 보통 선박의 무게를 뜻하는 GT(Gross Tonage)나 적재할 수 있는 화물무게를 의미하는 DWT(Dead Weight)를 단위로 표시한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주로 DWT를 기준으로 발표를 많이 합니다. GT의 3~4배가 되니까 실적이 더 많아 보이지요."(한국 조선공업협회 관계자) 실제 중선집단에 문의한 결과 DWT를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라는 답변을 들었다. 어느 단위를 채택하든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통계단위를 정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실적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올해부터 국내총생산(GDP) 산정 방식을 유엔 기준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중국에선 이렇듯 통계와 현실간 괴리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않다. 때문에 대(對)중국 사업전략을 짤 때 통계에 집착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3억 인구와 거대한 국토면적이 만들어내는 수치에 매달리기 보다는 현장을 발로 뛰며 보고듣는 게 최고의 전략을 위한 준비라는 얘기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