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권 업체들 분양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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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서울 강서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월드건설에 대한 분양가 인하 권고조치를 통해 분양가를 끌어내린 강서구청이 지속적인 분양가 규제 입장을 밝히고 있어 분양가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강서구에서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인 업체들마다 고가(高價) 분양에 따른 기업이미지 실추와 수익 감소 사이에서 고민하며 타사의 분양가 수위를 타진하는 등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강서구에서 오는 10월께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토지매입비 상승 등 나름대로 인상요인이 있지만 강서구청의 강력한 입장 때문에 아직까지 분양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의 분양가 수위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얼마나 공급되나
다음달 서울 8차 동시분양부터 오는 연말까지 강서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약 1천2백64가구에 달한다.
이미 권고조치를 받고 분양가를 2천만원 가량 내린 월드건설을 포함,한신공영 우림건설 한화건설 보람건설 등 중견건설업체 8개사가 이 지역에서 아파트를 공급한다.
지금까지 잠정적이나마 분양가를 밝힌 업체는 우림건설과 월드건설 2개사에 불과하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내발산동에서 분양 예정인 월드건설은 강서구청의 권고안 수준인 3억원 미만에서 32평의 분양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방화동에서 1백20가구를 공급하는 우림건설 역시 31평의 분양가를 시세보다 다소 저렴한 2억5천여만원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서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보람건설과 한신공영 등은 아직 구체적인 분양가를 결정하지 못했다.
보람건설 관계자는 "주변시세와 분양시장 상황 등을 지켜본 뒤 판단해야겠지만 최대한 권고조치를 피하는 가격대에서 분양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양가 인하 권고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건설업체들이 강서구청의 분양가 인하 권고조치를 감안,처음부터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당초 목표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후 낮추는 시늉을 해서 생색을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에도 분양가 강력 단속 방침
강서구청은 올들어 5차례에 걸쳐 분양가 인하 권고조치를 내렸다.
서울시내 25개 구(區)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고가 분양에 대한 행정지도를 펴고 있다.
생색내기에 그치는 다른 구청과는 달리 분양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가며 실질적으로 분양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분양가 자율화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강서구청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처분이라는 입장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고가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가격을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주택생활 안정을 해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분양가조정 조치를 취하고 이에 불응하는 업체는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행정지도를 계속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