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암달러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암달러 시세가 은행에서 공시적으로 환전할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베이징 왕징신청에 있는 한 암달러상은 "요즘 1달러는 8.22위안으로 바꿔준다"며 "은행에서 달러당 8.215위안에 환전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암달러 시세가 바닥 수준까지 와 있다는 얘기다. 3년 전만 해도 중국 암달러 시장에선 위안화가 달러당 8.90~9.00위안에 거래됐으며,2~3개월 전만 해도 달러당 8.25위안을 쳐줬다. 암달러 시세가 이 처럼 약세를 보이는 것은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감 탓이다. 평가절상으로 위안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암시장을 통해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특히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해온 미국 존 스노 재무장관이 9월 중 방중하게 되면 평가절상이 가시화될 것이란 루머까지 나돌면서 암달러 시세가 바닥 수준에 이른 것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의 위안화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도 달러에 비해 위안화가 강세를 띠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NDF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6개월물 가치는 작년 말 달러당 8.2562위안이었으나,올 6월에는 8.2018까지 치솟았다. 현지 미국계 은행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달러당 8.28위안에서 상하 0.15% 범위 내로 묶여있는 환율변동폭을 확대하지 않고 일정시간이 흐른 뒤 3~5% 정도를 일시에 평가절상하는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연히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계속 넘쳐나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가치를 달러당 상하 0.15% 범위 내에 묶어두기 위해 달러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가 대거 풀리는 통에 통화량이 급증하자 인민은행이 단기 채권을 발행,시중의 돈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외환규제 완화,수출지원 축소,수입 확대 등을 통해 달러 유입을 줄이고 유출을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위안화절상 가능성으로 인해 암달러시장이 활기를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