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基俊 <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지향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합리적인 사고와 과학기술이 사회운영의 기본틀이 되는 나라가 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사회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모든 사안에 접근하고 그 해결책을 강구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각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바라는 선진 사회로 가는 길인 것이다. 인류의 문명수준과 생활환경은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천년간에는 세기간 시간대 차이도 별로 없었고, 동서양 지역간의 차이도 별로 크지 않았다. 우리의 성군 세종대왕께서 우수한 인재를 등용해 당시 첨단 농업기술을 혁신하고 과학기술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14~15세기는 서양의 르네상스와 함께 인류의 문명과 생활수준이 다소 향상됐던 시대였으며 오히려 동양권의 문명이 서양보다 앞섰던 것으로 이해된다. 200여년 전 미국이 독립국가로 출발하면서 처음 제정한 법률 중에 특허법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프런티어(Frontier) 정신과 상응하는 것으로서 실용주의 정신과 함께 오늘날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만든 기틀이 된 것이다. 남다코다주 러시모어 산정 바위에 새겨진 네 사람의 얼굴은 미국의 발전과 영화를 이끈 대통령들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들 중 하나는 변호사 출신 링컨 대통령이고 세 사람은 엔지니어 출신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과 테디 루스벨트이다. 특히 워싱턴 대통령의 출생일이 있는 2월 두 번째 주를 엔지니어 주간으로 설정하고 젊은 엔지니어 지망생들을 격려하며 기술 혁신이 사회 발전에 공헌한 혜택들을 상기하고 감사하는 행사가 매년 성대히 진행된다. 전기전자반도체 응용기술, 자동차와 비행기의 교통기술, 미국인의 수명을 크게 연장시킨 위생적인 상하수도 기술, 석유화학과 제약 기술, 강철과 재료기술, 정보화 기술 등이 20세기에 미국이 강대국으로 발전하고, 세계 인류의 삶의 향상을 이끄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이제 복합기술의 다양한 지식정보 시대를 맞아 선진국들과 개도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는 생존과 번영을 이끌어 줄 과학기술 기반사회를 구축하는 일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천년간 인류최대의 업적이라고 하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보다도 2백년 앞서서 만들어 낸 훌륭한 금속활자와 같은 우리 조상들의 업적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음을 몹시 아쉽게 생각한다. 기술과 경영의 혁신을 통해 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야 말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일에 필수적인 요건인 것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은 진보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의 요체로서 서구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에는 과학기술에 기초한 정확성과 투명성, 실용성이 녹아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과학기술이 국부를 쌓는 수단으로서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면만이 강조돼 과학기술인들을 사회의 비주류로 남겨두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참여정부의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정책은 그 동안의 사회적 불합리를 개선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시대를 여는 조치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프라로서 과학기술인재의 육성과 등용 정책이 혁신돼야 한다. 우리 민족의 무대는 넓은 세계이다. 세계인들과 어울리며 자기 능력을 한껏 발휘하도록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자.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 공무원들이 세계를 상대로 일하면서 자기 직무능력을 발휘토록 하여 21세기 전문가사회 정보사회를 앞장서는 한국을 성사시키자. /서울대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