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지만 국내 상장기업들이 올 상반기중에 그야말로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거래소 상장사들의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35.5%나 줄었고,코스닥 등록기업들의 경우는 무려 90.3%나 감소했다. 기록적인 저금리 덕분에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진 걸 감안하면 실제 수익성은 더 나쁘다고 봐야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기본적으로 수익창출에 있고 보면,이같이 취약한 수익성은 국내기업들,더 나아가 우리경제의 경쟁력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옳다. 급격한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된 데다 신용카드 연체를 비롯한 가계대출 부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고 미국경기 회복 지연,이라크 전쟁,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확산 등 외부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우리 내부의 구조적인 요인 탓도 적지 않다고 본다. 우선 국내 금융산업의 취약성이 문제다. 신용카드사의 악성채권 급증으로 금융업 전체가 올 상반기에 8천6백31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작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3조7천여억원의 순익감소를 기록한 것만 봐도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우리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IT)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역시 시급하다. 삼성그룹의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조원 가량 줄어 43% 감소를 기록했는데,이는 반도체경기 부진으로 인해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순익이 40.3%인 1조6천여억원 이나 줄어든 탓이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5백26개사의 올 상반기 순익 합계가 12조6천2백여억원이고 보면 IT경기 부진의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다른 제조업 부문들이 비교적 호조를 보였는데도 이 정도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법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고 정부가 노조 편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기업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니 정말 큰 일이다. 상장기업 전체의 부채비율이 1백5.62%로 지난해 말에 비해 4.32%포인트 떨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은 탓으로 그 의미가 반감된다고 하겠다. 일부에선 경기가 올 3분기 말에 저점을 지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의욕을 북돋우지 않으면 내년 이후에도 기업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