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고려화학(KCC)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어 현대상선 주식 매입에도 전격 나섰다. 이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으로 KCC그룹은 현대그룹의 두 주력회사에 모두 지분을 확보,정몽헌 회장의 사망 후 경영공백 상태에 빠진 현대그룹의 '지킴이' 역할을 보다 확실히 할 수 있게 됐다. 19일 현대 및 KCC에 따르면 KCC는 이날부터 장내 거래를 통해 현대상선 주식 매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매입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계열 편입요건(3.0%)을 초과하지 않는 2.99%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KCC는 현대엘리베이터(15.2%)와 고(故) 정몽헌 회장(4.9%)에 이어 현대상선의 3대 주주가 된다. 지난 13일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을 통한 KCC의 엘리베이터 지분 매입(1.96%)은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반면 상선 지분 확보는 고 정 회장의 공백을 KCC가 메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는 엘리베이터지만 기업 규모나 계열사에 대한 투자 지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지주회사는 상선이다. 하지만 KCC의 잇단 지분 매입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직접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는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가족 모임에서 현대의 경영후계구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KCC가 현대그룹의 경영을 도와준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영 명예회장은 지난해 말 고 정 회장에게 2백90억원의 개인 돈을 빌려주면서 김문희 여사(정몽헌 회장의 장모)가 갖고 있던 엘리베이터 지분 일부를 담보로 맡아둔 것으로 알려져 현대그룹에 대한 KCC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