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유감표명에 '화답'..北 대구 U대회 참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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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각종 반(反)북한 집회나 시위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이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직접적인 "유감 표명"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을 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한이 사과를 요구한 바로 다음날 유감을 표시하고 통일부에 "적절한 조치"까지 지시함에 따라 "북한에 끌려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대북문제를 총괄적으로 조율해온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유감 표명은 곤란하다"고 밝힌지 하루만에 노 대통령은 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북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진 국내의 여론과 세력간 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전략에 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에 대한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이 인공기와 김정일 초상화 소각에 대해 "적절치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은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북한을 참가시켜,대회의 성공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남북교류나 협력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대구?경북지역의 민심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도 북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란 판단을 한 듯하다.
그러나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와 비교할 때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은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남기게 됐다.
당시에도 노 대통령은 유감 성명발표를 검토했으나 결국 고건 국무총리가 대신했으며 김희상 국방보좌관과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통해 미국측에 유감의사만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날 통일부가 전한 '유의'보다 더 강화된 표현으로 사과한 것이다.
문제는 남북한간의 의견교환이 없는 상태에서 '유감표명'이 나왔다는 점이다.
"어느 수준으로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북한팀이 참가할 것인가" 등에 대한 남북한간의 대화가 없었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과 물밑접촉이나 사전조율 등이 없었다"고 밝혔다.
허원순·권순철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