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견뎌내며 지켜온 회사입니다.자금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임직원들이 주인이 돼 남부럽지 않게 회사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다음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을 앞두고 있는 쌍용건설이 종업원지주회사로 탈바꿈한다. 통상 M&A 등을 통해 제3자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걸로 귀착됐던 대다수 워크아웃기업의 운명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이어서 이 회사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다음달 워크아웃 졸업에 앞서 캠코(자산관리공사)가 가지고 있는 쌍용건설 지분 41.14%(1천1백53만6천7백75주) 중 18%(5백4만7천6백89주)를 매입키로 결정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를 위해 캠코측과 곧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분매입이 성사되면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현재 21.31%(5백97만4천2백73주)에서 39.31%로 늘어나 제2대 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의 최대주주 캠코의 지분은 23.14%로 줄어든다. 제3대 주주는 1백82만여주를 가지고 있는 쌍용양회공업. 김석준 대표이사 사장(40여만주) 등 임직원의 소유지분은 모두 80여만주에 불과하다. 인수가격은 액면가인 주당 5천원선이 유력한 가운데 우리사주조합과 캠코측이 곧 조율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5천원으로 결정될 경우 추가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총 2백52억여원 규모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현재 지분을 확보한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추가지분 매입에 따른 소요자금을 직원 개개인이 조달할 예정이다. 우리사주 조합원이 8백~9백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한명당 2천8백만~3천1백만원의 개별출자가 필요하다. 그동안 소규모 기업의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매출규모가 1조원이 넘는 워크아웃기업의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취득을 통해 해당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부실기업에서 알짜기업으로 거듭나 워크아웃을 벗어나는 기업들이 제3자에게 넘어간 뒤 고생했던 임직원들이 너무 쉽게 회사에서 밀려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쪽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3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은 올 상반기에 매출 4천6백38억원,영업이익 3백38억원,경상이익 3백57억원,당기순이익 3백5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 연간으로는 매출 1조5백억원,영업이익 8백50억원,경상이익 6백억원,당기순익 1천1백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년 연속 흑자행진이다. 1조8천억원대의 부채도 지난 6월말 현재 2천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현재 회사금고에 1천2백억원의 현금이 들어있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아 향후 3~5년이면 무차입 경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될 쌍용건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워크아웃 졸업을 통해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