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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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문학자 H G 웰즈가 1백여년 전에 쓴 과학공상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은 화성을 탈출한 문어 모습의 화성인들이 지구를 멸망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언제 엄습할지 모른다는 위험이 제기된 것은 이 소설때문이었다.
그 후 우주전쟁이 극(劇)화되어 방송될 때는 미 전역이 공포에 휩싸일 정도였다.
화성에 대한 막연한 미스터리는 탐사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벗겨졌다.
1965년 '마리너 4호'가 화성사진을 전송한 것을 시작으로,'바이킹 1호'는 탐사선을 화성표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스 패스파인더호'는 화성도 예전에는 물과 함께 따뜻한 기온이 있었다는 증거를 보내왔다.
지난 2001년에는 '마스 오딧세이호'가 화성 상공에서 지표면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고 물과 얼음의 흔적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탐사 결과 화성은 대기가 희박하고 물과 산소가 부족해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최근에는 미국이 로봇을 탑재한 로켓과 또 다른 탐사선을 쏘아올렸고 유럽에서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인공위성과 소형 탐사선을 실은 로켓을 발사했다.
붉은 색을 띠면서 밝아 쉽게 식별이 되는 화성이 오는 27일 6만년만에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온다는 소식이다.
그 거리는 5천5백76만㎞라고 하는데,이는 화성과 지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거리의 7분의 1수준이며 지구와 태양간 거리의 3분의 1이다.
화성이 최근접점에 도달하면 그 크기가 5백28m 떨어져 있는 테니스공만해서 소형망원경으로도 계곡과 사화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설레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국에서는 천체망원경이 불티나게 팔리고 화성 관측 여행상품이 인기를 끄는 등 화성 특수가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의 천문대와 여러 동호회 모임들이 관측행사를 준비중이다.
붉다는 이유로 예로부터 전쟁이나 재앙을 상징한 화성이 과거 소설 속에서는 지구를 정복했지만,이제는 지구의 유인탐사선이 화성을 샅샅이 뒤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