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카드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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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굴지의 화장품회사를 세운 에스티 로더는 설립 초기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광고대행사에서 푸대접을 받자 매체광고 대신 '사은품 증정을 통한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로선 일대 반란이었던 이 방식은 신설기업 에스티 로더를 일약 반석 위에 올려놨다.
덤 증정은 할인과 함께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판촉법이다.
항공사에서 시작돼 유통업체로 확산된 마일리지 제도는 물론 동네 미용실 중국집 음반가게 등에서 거래 때마다 스티커나 도장으로 표시,몇 회 이상이면 무료 서비스나 공짜를 주는 것도 일종의 덤 마케팅이다.
신용카드사의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사용 때마다 '일정비율 적립'이라는 덤을 줌으로써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적립금은 보통 사용액의 0.2%지만,특별가맹점에선 0.5∼10%까지 해주고,월 이용액이 많으면 적립률을 높여 주기도 한다.
모으면 현금(1점당 1원)처럼 사용하거나 사은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덤은 덤인데 당장 주는 게 아니라 후불식 덤인 셈이다.
단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포인트적립금이 1만∼3만점 등 일정 점수가 돼야 주는(사용 가능한) 조건부 덤인 수가 많다.
보통 1천원당 2점씩 계산하므로 1만점이 되려면 최소 5백만원,3만점이 되려면 1천5백만원어치 이상을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유효기간(5년)이 지나면 매월 선입선출 방식으로 자동 소멸된다.
전업카드사들의 '미사용 포인트 누적액'이 6월말 현재 6천7백5억원이나 되고, 사실상 빚인데도 재무제표 작성시 일부만 비용으로 계상한다는 소식이다.
포인트 사용률이 20%를 안넘는다는 이유라고 한다.
포인트를 현금이나 사은품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약속이다.
안쓴다고 좋아하거나 쓰기 어렵도록 만들 게 아니라 최대한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마땅하다.
소비자 또한 "그까짓 것" 하거나 무심코 넘길 게 아니라 꼼꼼하게 챙겨 그때그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근래엔 최저 포인트 한도를 없앤 곳도 있고, 포인트를 항공마일리지나 주유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