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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나를 위해 쉼표가 되다오 ]
29살에 죽은 시인에 대해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의 시집을 읽게 된 때는 시인이 죽은 나이와 똑같은 29살이었다.
시인의 앞가슴은 눈부셨고 애련했다.
그것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고 자괴에 빠뜨렸다.
29살의 죽음이라면 왜 하필 이경록인가? 왜 다른 시인이 아니었을까? 그 의문의 답은 한 시절이 흐른 후에야 알듯 말듯 다가왔다.
미학을 가르치는 늙은 여교수의 화장기 같은 시가 널브러진 요즈음 그의 시는 혈죽(血竹)이니까.
"나는 마침내 한 개의 마침표가 되겠다.
그대여.모든 그대의 쉼표가 쉼표로 끝나고,어미 와 함께 종결로 올 때 나는 그 끝에 쓰러져 마침표가 되겠다.
끝없는 죽음,그 백면(白面)을 나 혼자 만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