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20일 발표한 SK글로벌 분식사태에 대한 감리 결과는 SK글로벌의 고의적인 분식행위에다 회계법인과 거래금융사들의 묵인 또는 방조가 결합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SK글로벌과 SK해운의 분식수법=가공의 매출채권을 만들어 내거나 부도를 낸 거래처의 매출채권과 미수금 등에 대해선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는 등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SK글로벌은 또 지급보증에 따른 대지급 의무가 발생하자 이를 계열사인 SK해운이 대신 갚게 하고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때 SK해운이 발행한 CP를 매입한 것처럼 회계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목은 검찰 수사 발표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금감원이 감리를 통해 추가 적발했다. 이런 식으로 과대계상된 예금 등이 4천4백40억원에 이르렀다. 유전스(기한부 신용장)에 의한 수입물품 대금을 갚은 것처럼 회계처리해 매입채무 및 단기차입금을 누락시키는 방법도 동원됐다. 이같은 외화매입채무 등의 누락 규모는 1조1천8백10억원에 달해 분식회계의 핵심이 됐다. ◆회계법인과 채권은행도 책임=SK글로벌 분식 중 가장 규모가 큰 외화매입채무 등의 누락은 회계법인과 거래은행이 공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원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조회서를 직접 발송하고 이를 되받아 채무잔액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회계법인은 금융거래조회서 발송업무를 SK글로벌에 일임했고 회신된 조회서상 유전스의 실제 잔액이 기재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SK글로벌 설명만을 믿고 확인절차를 밟지 않았다. 11개 국내은행과 1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금융거래조회서를 회신할 때 유전스 거래한도만 적고 잔액을 기재하지 않았다. 또 회신서를 회계법인에 보내지 않고 회사측에 건네줬다. ◆SK그룹 부담 없나=증선위의 해임권고로 손길승 전 회장은 SK글로벌과 SK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SK텔레콤 대표이사 회장 등 다른 계열사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와 달리 취업제한 등의 추가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 회장이 현재 SK글로벌 분식회계와 관련,검찰에 기소돼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SK해운 분식회계와 감사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됐다는 것.SK㈜ 최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SK그룹 내 다른 지위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SK해운은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해야 할 처지가 됐다. SK글로벌에 는 유가증권 발행제한 조치가 내려졌지만 채권단 출자전환 등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