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선진화 방안 내용ㆍ파장] 이해 엇갈린 '통합'‥ 곳곳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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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증권시장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5월 상장주식선물의 부산 선물거래소 이관 문제를 시장통합 방안과 병행키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정부의 증권시장 통합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관련 기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통합을 주장해왔던 증권거래소는 '표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기능과 권한이 축소될 위기에 처한 증권업협회와 증권예탁원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한투자증권 강당에서 열린 공청회는 행사장을 장악한 증권업협회와 증권예탁원 노조원들의 항의가 빗발쳐 파행을 겪었다.
토론자 자격과 절차문제 등을 놓고 재경부와 노조원 사이에 소란이 이어졌고 토론보다는 의사진행 발언이 더 많았다.
이날 공청회가 유관기관 노조의 실력행사로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증시 개편안을 둘러싸고 진통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
재정경제부가 이날 내놓은 '증시·선물시장 선진화계획'의 골자는 시장통합 후 조직구성·운영방안과 기능재편안 등이다.
통합 당사자인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 유관기관의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 모두 포함돼 있다.
특히 장외 시장 통합 계획까지 들어있어 정부의 증시 구조 개편 의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방안에 따르면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 등 3개 시장은 주식회사 형태로 통합되지만 명분상 독립 체제를 유지한다.
사업본부별로 예산과 인사를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거래소 이사장이 사업본부장 추천권을 갖고 15인으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사업본부별 소이사회 결정내용을 거부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통합거래소 이사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
때문에 벌써부터 이사장직 선임에 관계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통합완료 후 2년 동안 회원제도와 수수료제도를 소비자 위주로 개편하고 통합체제가 공고히 구축되면 장외시장까지 장내시장과 통합하는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느긋한 증권거래소
증권거래소는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안보다 강력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거래소안의 3개 사업본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한 회사처럼 묶여야 한다는 얘기다.
거래소 이맹기 부이사장보는 "실질적인 통합 회사를 만들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사업본부별로 인사와 예산권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거래소 최고경영자(CEO)가 전체 사업본부에 대한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발하는 증권업협회와 예탁원
코스닥시장 운영권자인 증권업협회는 이번 통합안이 '코스닥시장 죽이기'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간 현·선물 통합 갈등 과정에서 협회가 희생양이 됐다는 반응이다.
증권업협회 최정일 경영전략추진반 부장은 "코스닥시장 이용자인 벤처기업과 관련 협회,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등은 정부가 불확실한 방향으로 시장통합을 밀고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외국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코스닥이 거래소의 2부 시장 형태로 가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처럼 경쟁체제로 나가야 독점에 따른 폐해와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예탁원도 정부 안에 '결사반대' 입장이다.
예탁원의 청산 기능이 통합거래소로 넘어갈 경우 업무 분산으로 효율성이 낮아지고 비용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중립적인 코스닥시장
코스닥증권시장은 통합돼도 현재 역할과 기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 안에 순응하는 분위기다.
코스닥증권시장 신호주 사장은 그러나 "코스닥의 특성과 역할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 "독립경영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증권 시장은 코스닥을 비롯한 각 사업본부가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각자 대표이사 제도를 도입,담당 사업부문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지주회사 방식으로 개편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물협회는 공식적으로는 통합 반대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통합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회원사인 선물회사 반발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반대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선물협회 윤병삼 기획조사팀장은 "현실적으로 통합이 불가피하더라도 선물회사들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허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호.박수진.서욱진.임원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