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나 삼국지도 만화로.' 어린시절 그리스 로마신화나 삼국지 같은 동양의 고전 한권쯤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사람은 많지 않다. 분량도 방대하거니와 복잡한 이야기 구조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기 쉽고 재미있는 만화와 이들 고전이나 신화가 결합되면서 이런 고민도 사라지게 됐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신화는 20여종에 달한다. 이들 책은 원작의 교훈들을 단순하게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진리를 깨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만화를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복잡한 신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함께 많은 신들과 영웅들의 이름,사건들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중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전2권,웅진닷컴)는 그리스 로마신화 읽기 붐을 몰고온 책으로 꼽힌다. 기존의 신화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옛이야기식 신화 해설에 그치고 있다면 이 책은 지은이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발견한 문화적 상징물들을 통해 신화의 의미를 역추적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화 읽기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작가는 발로 뛰며 취재한 각종 신화 관련 자료들을 집대성해 현대 문명의 한복판에 고스란히 살아 있는 신화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의 토속신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만화로 보는 북유럽신화'(전10권,창해,강주현 등 글·신영미 그림)를 볼 만하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문학들도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받아 나온 것들이다. 삼국지 만화 중에선 이문열·이희재의 만화삼국지(전10권,아이세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만화 삼국지 시리즈는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묘사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는 이문열의 글과 이희재의 개성 넘치는 그림들이 어우러져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중국 한고조의 일대기를 그린 '항우와 유방'(전3권,황금가지,구보타 센타로 글,히사마츠 후미오 그림)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