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가을] 만화로 역사 배우고…견문도 넓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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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하면 한때 공부 못하고 '농땡이'치는 학생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만화방' 역시 음침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탈선장소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만화를 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이제 만화는 단순히 소일거리가 아니다.
만화를 통해 어려운 역사를 공부하는가 하면 삼국지나 초한지 등 동양의 고전은 물론 그리스 로마신화 등 서구의 신화도 만화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됐다.
청소년을 비롯 직장인 주부들까지 만화를 '친근한 벗'으로 여기면서 출판사들도 만화를 단행본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만화단행본 시대를 연 대표적인 책은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사진)의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우리 출판 만화사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기록되는 이 책은 지난 87년 고려원에서 6권짜리 전집으로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5백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0년간 유럽을 발품을 팔며 다닌 현장감에다 작가의 해박한 역사인식이 더해져 '대박'을 터뜨린 것.이 만화는 90년대 초반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선정한 '베스트 인문학서적'으로 뽑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려운 역사를 만화로 풀어놓은 책들도 인기다.
만화 조선왕조 실록(박시백 글·그림,휴머니스트)은 고려 말부터 시작해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20권짜리 시리즈물이다.
한겨레 그림판을 맡았던 저자가 3년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야심작으로 1권 '개국편'만 봐도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꼼꼼히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본 티가 나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에다 그림 실력이 어우러져 저절로 조선시대 역사공부를 하게 만든다.
이 책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선정 우수기획만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만화로 재간행한 것들도 눈에 띈다.
주니어김영사에서 나온 '단순하게 살아라'(그림 김재일,구성 홍성지)는 프란츠 베르거·하랄드 글라이스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단순하게 살아라'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꾸민 교양학습만화다.
만화 문화유산 답사기(자음과모음,글 김승렬,그림 유희석) 역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책.주인공인 한솔,한톨 남매가 대학생인 이삭의 안내를 받아가며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형식을 취했다.
최근엔 박재동 이희재 등 10인의 만화가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우리사회 인권침해의 실상을 고발한 만화 '십시일反'(창작과비평사)이 나왔다.
'인권침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만화가 특유의 재치와 익살로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