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90년대 미국 경제는 '토끼'에,유럽 경제는 '거북이'에 비유된 적이 있다. 미국 경제는 각 부문에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토끼처럼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반면 유럽 경제는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며 비교적 느린 성장으로 일관했다. 당시 우리는 결국 거북이가 이길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미국 경제는 주춤했고,대신 유럽 경제는 미국을 앞지르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내 역전됐으며,지금은 미국이 또다시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형편이다. 유럽 경제의 성장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미국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올해도 양 대륙의 경제성장률 차이는 확대되는 추세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아직도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져 있으며,유로권 전체의 국내총생산(GDP)도 지난 2분기 부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세율 등 구조적인 결함이 심각해 유럽은 쉽사리 변신할 수도 없어보인다. 지난 2분기에 일본은 2.3%(연율 기준)의 경제 성장을 달성,희망적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2∼3년간 연 1.5%보다 낮은 성장률에 그칠 일본에 커다란 기대를 걸기란 무리다. 미국을 살펴보자.지난 2분기 중 미국 경제가 그나마 2.4%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라크전쟁 기간 중 국방비 지출이 컸기 때문이다. 고용이 늘지 않고 있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미국 경제가 건강하지 않다는 징조는 이밖에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자유로운 재정·금융정책을 펼칠 수 있어 위기 대응 능력이 크다. 이른바 안정성협약이란 제약 때문에 재정·금융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유럽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가계 부채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90년대 말 유행처럼 번졌던 기업투자 효과가 결실을 보게 될 날도 결코 멀지 않았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95년 이후 세계경제 성장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기에는 너무 높은 비중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 향후 3.5∼4.0%의 성장률이 예상되고는 있지만,이 역시 어디까지나 가계가 꾸준히 빚을 얻어 소비를 늘려나간다는 전제 아래서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 및 통화팽창을 무한정 지속하기도 어렵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상수지 적자가 시급한 현안으로 남아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이미 GDP 대비 5%에 육박했다. 이런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 달러화 가치는 또다시 추락할 것이며,결국 유럽과 일본에도 그 파장이 미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짊어지고 있는 부담을 유럽과 일본이 조금씩 나눠 갖는다면 세계 경제는 더욱 건강해진다. 유럽과 일본 정부는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재정·금융정책에도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 미국 정부도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자제하고,가계부채 문제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는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토끼와 거북이는 충돌사고를 당해 큰 고난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8월16일자)에 실린 'The tortoise and the hare'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