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3:42
수정2006.04.04 03:47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멕시코를 제외하곤 해외여행을 3번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0년 대선때 외교의 문외한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알아서일까.
주위에 역전의 노장들을 배치했다.
딕 체니 부통령이나 외교 수장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때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지냈던 베테랑들이다.
이라크 전쟁을 지휘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들보다 더 고참이다.
국방장관을 두 번이나 지냈고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해본 노련한 관료다.
나이도 70으로 파월 장관보다 4살이나 많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레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선거 캠페인 진영도 부시를 꼭 닮았다.
원로들이 그의 주위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경제자문을 맡은 워런 버핏은 68세이고 이날 캠페인에 동참한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82세나 된 묵직한 행정관료 출신이다.
20여년전 레이건 전 대통령때 국무장관을 지냈고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벡텔그룹의 회장을 맡았던 공화당의 원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슈워제네거 후보가 인기몰이 차원에서 20일 개최한 '경제회복위원회'를 버핏과 함께 공동으로 주재했다.
미국 언론들은 슈워제네거 후보가 '우 버핏, 좌 슐츠'로 행정경험이 전무한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부시나 슈워제네거 주변에 원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의 새 대변인 스콧 매클렐런은 35세의 젊은 피다.
우리로 치면 이른바 '386'(60년대 테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30대) 세대중에서도 막둥이에 해당된다.
그는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로 있던 90년대 말부터 부시를 위해 일해온 젊은 측근 그룹 중의 한 명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386' 의 독주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곳에선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원로들이 젊은 피를 데리고 국정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정치환경이 달라 액면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부시와 슈워제네거가 왜 원로들을 등용하고 그들에게 의존하는지 한국 정부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