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파행으로 간 증시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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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관 행사로선 극히 이례적으로 벌어진 지난 20일 '증권·선물시장 선진화방안 공청회'의 파행은 앞으로 증권업계에 적지않은 후폭풍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가 오는 9월 국회 상정을 위해 마련한 법률안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절차 중 하나였던 공청회의 사실상 무산은 증시 통합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유관기관간 갈등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빚어진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외적으로 금융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증시개편방안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투자자는 물론 학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게 재경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는 투자자는 보이지 않고 이해당사자인 유관기관들 반대 목소리만 나왔다.
이에 대한 재경부의 어정쩡한 대응도 정체불명의 집단 토론회로 바뀌는 데 일조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재경부와 증권업협회 예탁원 등 유관기관이 상호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는 물론 증권유관기관과 증권업계의 이해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증시 선진화방안의 추진 자체가 불투명했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예탁원 한 관계자는 "지난 5월의 시장개편 관련 원칙 발표에서는 청산 및 결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통합한다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갑자기 분리하겠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물시장의 부산 이전에 따른 거래소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재경부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밟아 시장통합방안을 추진할 방침임을 되풀이할 뿐이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선 증시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만 되풀이됐을 뿐 투자자 편의와 제도 발전을 위한 일관된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진행 자체가 파행적으로 흐른 탓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공청회의 파행 진행은 증시 통합이 과연 선진화로 가는 길인가 하는 근본적인 궁금증을 야기한 채 정부의 향후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임원기 증권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