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출발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의 관계는 지난 6개월간 서로 코드를 맞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양측이 마음 속으로 얼마나 근접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과 재계는 소득 2만달러 달성 고지를 향해 '호홉이 척척 맞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된 양측의 긴장과 협력관계는 '노사문제'와 '대기업 정책'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사이에 두고 진행됐다. 참여정부 출범전부터 '친노동자적'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은 노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재계로선 바짝 긴장한 채로 새로운 대통령을 맞아야 했다. 두산중공업 파업,철도노조 사태,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등 잇따라 터져나온 노사불안은 재계의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예전 어느 정부에서보다 한껏 목소리가 높아진 노동계를 상대해야 했던 재계로선 참여정부 초기 2∼3개월이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한 목소리로 "경제살리기가 급하다.이대로 가다간 우리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른다"고 경고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재계의 우려를 씻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양측 관계는 지난 5월 재계 인사들의 노 대통령 미국 방문 수행과 '삼계탕 오찬'을 통해 해빙기를 맞는다. 이는 노 대통령이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없이는 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조기에 벗어나기 어렵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국가과제"라는 인식을 밝혀 재계의 주장에 화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참여정부는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즉각 투입함으로써 재계에 경제우선의 의지를 재확인시켜줬다. 하지만 재계는 여전히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참여정부가 오는 10월쯤 내놓겠다는 '노사모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재계로선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한 참여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범 반년을 겪으면서 노 대통령과 재계가 일단 '선(先) 경제살리기'라는 대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