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말까지 증권거래소 코스닥 선물거래소 등 3개 증권시장을 통합하는 증시 선진화 방안을 내놓자 해당 기관들이 반발해 진통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해왔는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며 불만이지만,자본시장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용자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선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장외시장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고 국경을 넘어 거래소 통합이 추진되는 등 국내외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데다,우리보다 금융인프라가 앞선 홍콩 싱가포르 등도 증시통합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동북아 금융중심을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선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핵심내용은 증권시장을 매매 청산 예탁·결제 전산 등 기능별로 통합하고 증권관계기관 소유구조를 이용자 중심으로 개편하며,중장기적으로는 장외시장과의 통합도 추진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2단계로 장내거래에 대한 통합 청산기구를 설치하며, 3단계로 장내외 시장을 포괄하는 통합 청산·결제 시스템과 전산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담고 있다. 증시의 효율향상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우리는 이같은 개편방향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세부항목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을 각각 인사와 예산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별도의 시장사업본부 형태로 운영하는 건 통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에 재고해야 마땅하다. 각 시장의 특색을 살리고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실제로는 통합에 따른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편법이라는 인상이 짙다. 주식회사인 통합거래소 산하에 시장감시 매매심리 회원감리 회원징계 등을 담당하는 시장감시위원회를 두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별도의 독립기구라고 해도 금융감독당국 산하에 두는 것이 원칙에 맞다. 또한 거래비용 절감을 촉진하기 위해 통합 청산·결제 시스템 구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주식선물거래 이관을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증시통합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됨에 따라 그 배경에 정치논리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증시통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없으며 시의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계기관 임직원들은 당장의 불이익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통합에 따른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가 결국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