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젊은이들의 축제가 열리는 달구벌이 달아오르고 있다. 인종과 이념의 장벽을 넘어선 각국 선수단은 개막식전부터 한데 어우러져 대회열기를 고조시키고 있으며,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가는 곳마다 눈길을 사로잡으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막식은 21일 오후 6시30분 대구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치러졌지만 대구와 경북 일원 29개 경기장에서 열린 일부 종목 경기에서는 벌써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날 남녀 축구와 농구에서 승전고를 울린 한국은 21일 남자배구가 승리를 거둔 반면 농구는 남녀 모두 패하고 말았다. ○…20세 대학생이 주축이 된 북한 여자응원단은 대부분 평양 시내 대학생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새로 선발됐으며 취주악단은 상당수가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참석했던 단원이라고 북측의 임원단은 밝혔다. 남자배구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체육관으로 이동하던 붉은 색 셔츠 차림의 응원단원은 버스 차창 밖 길가에 늘어선 환영인파에 일일이 답례해주는 등 친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한 첫 대결 종목은 24일 벌어지는 테니스 여자복식 1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 종목에 하지선-김연조를 출전시키고 북한은 신선애-황은주조로 맞서게 된다. 22∼24일 벌어지는 남녀 단식에서도 남북한 선수들이 동시에 8강에 오르게 되면 준결승 티켓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돼 첫 남북 대결 날짜가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남북 전력이 모두 하위권이라 동시 8강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 임원 가운데 세계 무대를 주름잡던 왕년의 스타들이 일부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이름을 날린 북한 체육인으로 체조의 배길수(32)를 필두로 체조의 최경희(30·여),축구의 김광민(41),유도의 현창귀씨(50)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배길수는 '안마왕'으로 불리며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최고스타. ○…이번 대회 유도 선수들이 연습장으로 사용할 대구유도관 관리를 책임지게 된 이종우씨(40)가 뜻밖에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이씨가 맞은 손님은 바로 80년대 북한 남자유도 최고의 간판선수였던 박정철 국제심판(44). 박 심판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때 한국의 정은순과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입장했던 북측 기수로 더욱 유명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던 지난 87년 독일 에센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6년만에 둘이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 계기는 20일 대구에 입성한 북한 유도 선수들이 적응훈련을 위해 이씨가 관리하는 대구유도장을 찾으면서. 남북의 왕년 유도스타인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살아온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북한 응원단은 21일 북한의 첫 경기인 남자배구 덴마크전이 열린 대구시민체육관에서 다채로운 응원을 선보였다. 이들은 본부석 맞은편 오른쪽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경기 내내 응원 지휘자의 날렵한 수신호에 맞춰 절도있는 응원을 했고,북한팀이 역전하는 극적인 순간에는 10여명이 몰려나와 '옹헤야'를 부르며 '군무'(群舞)를 연출했다. 또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대학생들로 구성된 아리랑 응원단 3백여명은 북한 응원단의 대각선 방향에 앉아 부산아시안게임 때 만들어진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같이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