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쉰들러 리스트'가 영화화된다. 그 주인공은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명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1901-1974). 20일 이탈리아의 유력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데 시카 감독은 독일군이이탈리아에 진주하던 지난 1943년 교황청의 위촉으로 영화 '천국의 문'을 만들면서 나치의 박해를 받던 다수의 유태인을 포함, 300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영화사에서 네오 리얼리즘 운동의 기수로 유명한 데 시카 감독은 생애중모두 35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이중 5개 작품은 오스카상을 받았다. 특히 그가 만든 '자전거 도둑'은 올드 영화팬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 있을 작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교황이던 비오 12세의 위촉으로 영화 제작에 착수한데 시카 감독은 성베드로 대성당 안에 세트장을 설치하고 독일군의 시퍼런 눈길을피해 다니던 이들을 대거 엑스트라로 기용했다고 한다. 세트장은 바티칸시티의 영역에 위치해 독일군의 군화발이 미치지 못하는 곳. 때문에 세트장안에서 숙식을 함께 하던 난민들은 신변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데 시카 감독이 교황청과 나치 독일군이 로마를 떠날때까지 영화 제작을 끝내지 않기로 밀약을 맺은 사실도 아울러 소개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낌새를 알아차린 독일군 장교가 44년 2월 3일밤 무단 침입해 60명을 끌고 가는 사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 시카 감독의 숨은 미담은 내년중 영화화되며 그의 아들인 크리스천 데 시카가(52)가 주역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천은 정통 드마라보다는 코미디쪽에서 이름을 얻고 있는 중견 배우. 천국의 문'은 한 무리의 병자들이 치유의 기적을 위해 안코나 지방의 로레토 성지로 순례를 떠나는 내용이 줄거리. 데 시카 감독의 기지와 노력에 의해 300명의 피압박자들은 현실에서 기적을 체험한 셈이다. 크리스천은 부친이 '천국의 문'의 흥행이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맡은 것은 파시스트 정권의 영화제작에 협력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 했기 때문이라고말했다. 크리스천의 말에 따르면 '천국의 문'은 단 한편의 카피만이 상태가 좋지 않은채로 남아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는 "당시 성공을 거두지 못한데다 비판도 거셌지만아버지는 흥행의 성공여부는 신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데 시카 감독의 아들이 직접 출연하는 이번 영화는 그 휴머니즘적 무게때문에 '천국의 문'보다는 분명히 흥행 성적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