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계U대회] '화합의 門' 대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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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젊은이들의 스포츠축제가 펼쳐치는 달구벌에서 남북한이 손에 손을 잡고 '하나된 코리아'를 합창했다.
남북한 선수단은 21일 저녁 2003대구유니버시아드 개회식이 열린 주경기장에 '남남북녀' 공동기수 최태웅(한국 남자배구),김혜영(북한 여자펜싱) 선수가 양손으로 받쳐든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민족화합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세계 1백69개국에서 온 7천여명의 선수들이 형형색색의 물결을 이루며 도열한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코리아-'라는 힘찬 장내 멘트와 함께 남북한 선수단이 빨간 트랙으로 들어서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밝은 남색 상의와 베이지색 하의로 된 단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북한 선수단 3백22명은 진한 동포애를 표현하는 화합의 행진을 벌였다.
남북한이 국제종합스포츠대회 개회식에 동시 입장한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올해 초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각국 대학생 선수들은 21일 오후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개회식에 다채로운 모습으로 입장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국가는 남아공.
녹색 티셔츠에 누런 바지를 입은 남아공 선수들은 경기장에 나오자마자 엉덩이를 흔드는 등 흥겨운 전통춤을 선보였다.
스위스는 경기에서 선수들을 응원할 때 울리는 '카우벨(소목에 거는 종)'을 들고 입장하면서 관중석으로 빨간 원반을 던져 호응을 이끌어냈다.
베트남은 전통 복장인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여자선수들을 앞세우고 나왔으며 우루과이는 '대구 감사합니다.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등장했다.
미국 선수들은 취재 카메라 앞을 지날 때 즉석 포즈를 취하거나 춤을 추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인 반면 중국 선수들은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하며 정돈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개회식에서 성화를 점화한 이진택(31)은 6차례나 한국 기록을 새로 쓰고 아시안게임을 2연패한 한국 높이뛰기의 최강자.
이진택은 지난 3월 국가대표 코치직을 마다하고 고향 대구에서 신생학교 교사직을 선택할 만큼 대구육상계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이번 대회 성화 점화자로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다.
또 지난 9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U대회에서 2m32의 좋은 기록으로 우승해 한국육상에 귀중한 국제대회 금메달을 선사하는 등 U대회와도 인연을 맺었다는 점이 점화자 낙점에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20세 대학생이 주축인 북한 여자응원단은 대부분 평양 시내 대학생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새로 선발됐으며 취주악단은 상당수가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참석했던 단원이라고 북측의 임원단은 밝혔다.
남자배구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체육관으로 이동하던 붉은색 셔츠 차림의 응원단원들은 버스 차창 밖 길가에 늘어선 환영인파에 일일이 답례해주는 등 친절한 모습이었다.
○…북한이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최고 인기팀으로 떠올랐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경기의 입장권 판매율은 40%대에 그치는 데 비해 북한이 나오는 경기는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여자축구 두 경기만 표가 남아 있을 뿐 나머지 북한 경기 입장권은 전부 팔려나갔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한 첫 대결 종목은 24일 벌어지는 테니스 여자복식 1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 종목에 하지선-김연조를 출전시키고 북한은 신선애-황은주조로 맞서게 된다.
22∼24일 벌어지는 남녀 단식에서도 남북한 선수들이 동시에 8강에 오르게 되면 준결승 티켓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돼 첫 남북 대결 날짜가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남북 전력이 모두 하위권이라 동시 8강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