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호적 대신 국민 개개인이 신분을 등록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은 호주제 폐지와 함께 기존 가족법의 상당한 변화를 담고 있다. ▲개별신분등록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에 수반되는 호주제 폐지는 `가장'의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제껏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이 구성돼 호적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록됐으나 법무부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4인 가족의 경우 4명 모두가 개별 신분등록을 갖게 된다. 즉, 가장인 호주가 없어지고 개별 구성원들은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는데, 이 경우 어린 아들.손자가 어머니.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가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또 현재 어머니가 친권과 양육권을 갖고 키우는 자녀도 비자 등 서류를 발급받을 때나 이력서를 쓸 때 함께 생활하지 않는 아버지를 호주로 기록해야 했지만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바뀌면 자녀가 개인 기록을 갖게 되고, 호주를 적는 일도 사라진다. `호주제 폐지'를 외쳐온 여성계와 진보진영은 이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나 호주제를 지지해온 유림 측은 호적이 사라지고 개인별 신분등록을 하면 사회.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개인주의가 만연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시행되기까지 험난한 경로가 예상된다. ▲재혼시 자녀의 성(姓) 변경 가능 현행법상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사는 자녀의 경우 새 아버지의 호적에 올릴 수는 있었지만 성은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법이 시행되면 재혼 자녀들이 아버지의 성과 자기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겪는 생활상의 불편과 고통이 사라지게 된다. ▲부부합의에 따라 자녀 성 결정 이번 입법예고안에 원칙적으로는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돼 있지만 결혼할때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여성단체측은 양성평등을 명시한 헌법정신에 맞다며 반기고 있지만 호주제에 반대하는 유림측은 "성이 윗대와 달라짐으로써 조상과 단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