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회복여부에 세계 이목이 집중돼 있다. 한국의 경제계와 증권시장도 미국경제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화된 세계경제에서 미국경제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경제는 여러 지표로 볼 때 완만하지만 확연히 회복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매업 지수, 제조업 지수, 내구재주문 지수, 경기선행 지수 등은 미국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와 회복국면에 본격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경제 회복을 위한 미국정부의 감세정책과 금융정책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회복이 아무런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의 징후를 동반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3분기 성장률도 연 성장률로 계산했을 때 4%에 가까우리라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다 3분기는 가계소비보다 기업투자 증가가 주도할 것이라는 여러 예측들이 경제회복의 희망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소비에서 기업투자로 경제성장의 동인이 바뀌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상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반인들은 아직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 졸업생들과 실업자들이 더욱 그렇다. 고용시장이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경기는 좋아지고 있다는데 나는 일자리가 없는가라는 의문 속에서 경기회복에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주요지표의 하나인 소비자 신뢰지수는 다른 지표들과는 달리 아직 그리 높게 나오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과 월스트리트에서는 지표상으로는 경제가 분명 호전되고 있는데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지 않는 현재와 같은 경기회복을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럼 왜 미국경기는 회복되고 있는데 고용은 창출되고 있지 못한가? 이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미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기업들은 수년간에 걸친 깊은 불황의 늪 속에서 생존을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특히 유휴인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다. 따라서 최근 자료들은 기업부문의 인력은 줄어도 생산성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기업부문이 이러한 이익을 경기회복을 대비한 재투자에 사용하면서 현재의 경기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지표상의 경제는 회복,성장하고 있지만 고용은 창출되지 않는 상황을 잘 설명한다. 그렇다면 1992년 당시와 같은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정책당국과 월스트리트 모두에서 '아니오'쪽이 우세한 것 같다. 아무리 인력대체를 위한 새로운 구조조정기법이 등장하더라도 4% 가량의 경제성장이 두 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고용시장의 여건은 개선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새로운 고용창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소비자들의 신뢰회복과 소비증가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가계부문의 소비증가는 다시 기업투자 증가와 맞물리면서 미국경제의 회복과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회복과정에서 대형테러와 같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면 미국경제는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면 우리경제도 곧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물론 미국경제가 회복되면 우리경제도 수출부문을 중심으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현재 북한 핵문제, 노사갈등문제, 대규모 신용불량자문제 등의 구조적 불안요인으로 말미암아 이들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쉽사리 불황에서 탈출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경제여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제거라는 사실을 우리 정책당국과 위정자들이 이해하고 있길 바란다. /미국 밴더빌트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