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퓨전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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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이나 선입견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문화에 대한 것은 더더욱 그렇다.
생각을 바꾸자면 계기가 있어야 하고 계기가 있자면 일단 가까이 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문화의 경우 체험이나 접근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루하다' '재미없다' '따분하다'는 식의 국악에 대한 일반의 통념이 바뀌지 않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퓨전국악은 국악에 대한 그같은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에서 생겨났다.
슬기둥을 비롯한 다스름 그림(the林) 라인 열두음 도드리 등 국악실내악단이 펼치는 퓨전음악의 형태는 다양하다.
일단 한번 들으면 다시 듣고 싶어지게끔 가락과 장단을 현대감각으로 재편성하거나 국악기와 양악기를 함께 동원하기도 하고,전통국악 외에 샹송 팝송 영화음악 가요를 국악기로 연주하기도 한다.
퓨전국악을 연주하는 국악실내악단 의 구성은 비슷하다.
대금 소금 해금 태평소 피리 가야금 거문고 꽹과리 북 장구 아쟁 등 국악기에 신디사이저 피아노 등 양악기를 곁들여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 이들의 음악은 양악과 전통국악 어느 것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낸다.
살풀이 장단을 바탕으로 북과 장고 신디사이저를 혼합해 말발굽소리를 들려주는 '고구려의 혼'은 만주벌판을 뒤덮은 고구려인의 기상과 용맹심을 전하고,'천일의 축전'은 가야금3중주의 멋,'프런티어(Frontierㆍ부산아시안게임 공식곡)'는 국악으로 연주되는 개척정신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한다.
가야금 대금 해금 등 국악기와 어쿠스틱기타 타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그림'이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26,28일 호암아트홀에서 퓨전국악 연주회를 갖는다는 소식이다.
국악이 어떤 형태로든 변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국악을 좋아하고,국악CD를 사고,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사람이 몰려오도록 해야 함도 물론이다.
다만 퓨전국악이 양악기와 국악기의 어울림에 그치거나 국악의 현대적 재창조가 아니라 서양음악의 한 종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옛 국악의 기본틀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전통음악의 보존 계승에 힘써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