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한국 남자 양궁을 주름잡았던 선수가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 변신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탈리아에서 무역업을 하며 남자 양궁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석동은(48)씨. '한국 양궁의 어머니'로 통하는 아버지(99년 작고 석봉근씨) 덕택에 어려서부터양궁을 장난감 삼아 만져왔던 석 감독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던 73년 당시 국내양궁에서 가장 큰 대회였던 전국종합선수권에서 무려 5관왕에 올랐던 한국 양궁의간판 주자였다. 당시 이 대회에서 30m와 50m, 70m, 90m, 종합 등에서 한국기록을 무려 5개나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휩쓴 석 감독의 활약은 아직까지 국내 양궁계에서 회자되고있을 정도. 그러나 그는 72년과 76년 국가대표에 선발됐음에도 당시 소수 종목 정예부대로국제대회에 나선다는 대한체육회의 방침에 따라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고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석 감독은 80년대 초반 서울시청 창단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의 길로들어섰고 90년에는 팀을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91년친구의 권유를 받고 안정적인 직장도 뿌리친채 아내와 함께 무작정 이탈리아로 건너가 기계류 무역상을 하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양궁과의 인연이 영원히 끊어지는 듯 했던 석 감독은 그러나 이탈리아의 클럽팀에서 활동하다 석 감독의 실력을 전해들은 이탈리아양궁협회의 감독직 수락 요청을받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주로 주니어 선수들을 지도하다 2년전부터 성인 남자대표팀을 맡게된 석 감독은지난 7월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미켈레 프란질리를 출전시켜 임동현(17.충북체고)을 결승에서 꺾고 금메달을 따내게 만드는 등 명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번 대회 메달 전망을 묻는 질문에 석 감독은 "이탈리아 스포츠의 근간이 성인들 위주의 생활 체육인데다 대학생들인 만큼 연습량이 부족해 그냥 휴가를 즐기는마음으로 참가했다"며 웃었다. 그는 또 "이탈리아 양궁 인구가 2만5천여명인데 비해 한국은 고작 1천500여명에불과하다"며 "협회가 실내양궁, 스키 아처리 등 생활체육에도 관심을 갖고 엘리트체육 뿐 아니라 생활 체육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한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예천=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