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천연기념물 53호 진돗개.그러나 진도를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서화(書畵)와 가락"을 진도의 진짜 명물로 꼽는다. 진도는 어느 마을에 가도 남도 창 한 자락쯤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좀 과장하자면 진도는 섬주민 전체가 연예인이다. 각종 지역축제를 주민들의 힘만으로 치를 정도다. 또 조선 후기 남종문인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유 선생과 그의 아들 미산 허형,손자인 남농 허건 및 의재 허백련 등의 화풍은 지금도 한국 전통화단의 중심맥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진도는 남도문화의 정수만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진도 나들이에선 진한 육자배기 한 자락,소치의 그림 한 점 정도는 꼭 구경하고 지날 일이다. 전통남화의 성지라고 일컬어지는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소치 선생이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의 당호.비 갠 후 산방 뒤 첨찰산 중간쯤에 구름이 걸린 풍광을 보면 그 당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미뤄 짐작이 간다. 소치는 김정희로부터 서화수업을 받았다. 특히 중국의 미불,황공망,예찬 등의 화풍과 추사의 서체를 익혔는데 스승으로부터 '압록강 동쪽에 너를 따를 자 없다'란 극찬을 들었다고 전한다. 소전미술관과 남진미술관도 진도 예술 나들이의 필수 코스.소전미술관은 국전 심사위원장 및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던 소전 손재형 선생 탄생 1백주년을 기념,올해 개관했다. 진(南辰)미술관은 서예가 장전 하남호 선생이 사비로 세운 전시관.장전의 작품 뿐만 아니라 흥선대원군 김옥균 민영환 등 유명 인사들의 서화작품과 고려청자 백자 등 국보급 미술품 등이 전시돼 있다. 진도민요를 듣고 싶다면 '토요민속여행'을 참관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진도 주민들이 직접 공연하는데 강강술래를 비롯 진도씻김굿 진도북놀이 남도들노래 진도 다시래기 진도만가 등이 이어진다. '사후에 만반지수는 생전에 불여 1배(盃)라.인생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사는 인생…'으로 이어지는 인간문화재 강송대 선생의 '사철가'는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 둬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진도=글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