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현실과 그 미래 등과 관련, 블룸버그통신의 논평을 읽으면서 나는 제발 노무현 대통령도 여기에 눈길이 멈췄기를 기대했다. 또 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오래 사색했기를 소망했다. 논평 내용은 복잡한 것이라곤 없었다. 과격한 노동운동이 한국에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고, 이 불길을 잡지 못하면 현재의 경제난국 해소는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 전망도 암울할 수밖에 없으리란게 논평의 요지였다. 이 논평이 참말 요령을 얻은 것이란 증좌 하나가 곧 이어 터져 나와 사람들을 실색케 했다. 생산 차질액이란 것이 3조원에 육박한 끝에 노사 양측간 마찰이 종식되었다는 현대자동차의 단체협상 체결내용이 발표된 걸 보고, 나는 또 우리들의 대통령이 어떤 심경에 빠져들었을 지가 몹시 궁금해졌다. 바라건대 난 노동문제와 관련한 종전의 입장이 다소 바뀐 듯한, 최근 일련의 노 대통령 발언이 블룸버그 논평 내용에 자극된 끝에 나오고, 또 현대차 사건에 분격한(?) 끝에 비롯되었기를 빌어본다.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되고, 해외공장 하나 신설하는 데에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할 만큼 이른바 노사 공동경영 형태가 발전되어 나아가게 되었고, 임금은 십수년 경력 공장근로자의 연봉이 6천만원 선으로 뛰었다. 어쨌거나 현재에 정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보수주의'란 것에 나는 저항감을 갖고 있다. 세상은 역사의 진전과 함께 바뀌어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 사이 '삶'의 형편도 균형을 이뤄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희망은 물 흐르듯 점진적으로, 또 오랜 시간의 기다림 속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모두를 잃게 되는 '파탄의 끝'을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함께 두려워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원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