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고개를 숙였다.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지난 22일 74.81포인트 내려 9,348.87로 마감됐다. 나스닥도 12.23포인트 하락한 1,765.32를 기록했다. 투자전문가인 존 브로슨은 "뉴욕증시가 그간의 뜀박질로 조금 지친 듯했다"고 평가했다. 주말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 주 전체로 다우지수는 0.3%,나스닥은 3.7%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1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힘찬 탄력을 받기 시작했던 작년 10월 이후에만 무려 58% 상승했다. 2000년 들어 시작된 기술주의 거품 붕괴로 호주머니가 텅빈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기술주에 다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1990년대 말의 기술주 거품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하는 논쟁이 월가를 달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자 머릿기사로 '기술주 폭등,90년대 말 광란의 전조 아닌가'라는 기획기사를 실었을 정도다. 실제 일부 기술주들의 상승세는 눈부셨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강자인 시스코시스템스 주가는 작년 10월 이후 배로 뛰었다. 통신 칩을 만드는 PMC시에라는 수익도 못 내면서 같은 기간 동안 4배,아마존은 지난 1년간 3배 올랐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술 관련 제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2~3년 전에 나타났던 증가세에는 훨씬 못 미친다며 최근의 상승세를 우려했다. 메릴린치증권 기술주 전문가인 스티브 밀루노비치는 "거품이 꺼지면서 3년간 나스닥이 78%나 폭락했던 것을 아프게 지켜본 투자자들은 최근 상승세가 어떻게 끝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 대해 괘념치 않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이코노미스트인 매듀 매리트는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회복에 반론을 달지 않는다"며 "이제 초점은 현 회복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실제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7월 경지선행지수도 0.4% 올랐고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도 예상치보다 적은 38만6천명이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칩 업체인 인텔같은 회사가 3·4분기 매출 전망을 시장전망치를 넘어선 73억~78억달러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기술주 상승이 거품이 아니라는 분석을 뒷받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 관련 회사들이 지난 2년간 살아남기 위해 비용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판매가 늘어나면 수익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텔이 매출 전망치를 발표한 지난 22일 이 회사 주가는 오히려 떨어져 기술주 거품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6일에는 7월 내구재 수주와 8월 소비자 신뢰,28일엔 2·4분기 경제성장률,29일에는 7월 개인소비 등이 발표된다. 이런 지표들이 지속적인 경기회복세를 확인시켜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90년대 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올라 버린 기술주들이 시장을 더 밀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