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 조흥은행장 내정자(57)의 명함엔 아직 직함이 없다. 이름 석 자와 조흥은행 본점 전화번호뿐이다. 최 내정자는 "주총 전까지는 정식 행장이 아니잖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조흥은행 노조가 최 행장 내정자에 대해 '조흥 출신으로 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26일 주총과 함께 발표할 임원인사 작업에 한창이던 그는 노조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무척 말을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행장 취임을 앞둔 소감을 묻자 최 행장 내정자는 "지주회사 내 경쟁상대인 신한은행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은행이 되는게 가장 큰 목표"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 "조흥은행은 조달금리가 낮고 단골고객 수가 많으므로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신한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행내 최대 관심사인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발탁인사와 함께 유능한 외부사람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만 50세 이상 직원 2백63명의 인사파일을 받아 인선작업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흥ㆍ신한 간 합의문대로 신한지주 출신의 임원 한 명이 조흥은행 부행장으로 오고, 조흥 임원 두 명이 신한지주로 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현재 9명인 조흥은행 부행장 수를 2∼3명 줄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행장 내정자는 이어 "노조와는 대화통로를 열어놓고 있다"면서 "주총 전까지 노조를 계속 설득해 취임 이후에는 은행 경영에만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직원 임금이 은행권 최저 수준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한 해 수천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로 취임했다고 특별보너스를 주며 흥청망청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일은 돈을 잘 버는 길밖에 없다"면서 "투명한 경영, 공정한 인사, 임직원 인센티브 확대 등을 임기 내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