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경제특강'] '성장동력'.. 기술이 성장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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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추진 보고대회가 최근 청와대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과 핵심품목들이 확정됐다.
명칭은 '산업'이고 '품목'이지만 따지고 보면 '기술'이다.
반도체 이후의 성장동력이라고 표현하듯,말하자면 새로운 기술로 성장을 견인하자는 얘기다.
성장동력은 무엇이고 또 기술은 무슨 의미를 갖는 걸까.
성장동력은 그 자체가 하나의 경제학 분야다.
경제성장을 분해해서 노동 자본 그리고 기술 등 기타 요소별로 성장 기여도를 계산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노동 자본과 달리 기술이 한 때 경제학자들에 의해 '블랙박스(black box)'속에 처박히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기술혁신의 기여도는 노동과 자본의 성장기여도를 계산하고 남은 것에 대충 포함돼 있다고 본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수많은 기술경제학자들은 이 블랙박스를 풀어내느라 무던히도 노력했다.
어쨌든 지금은 기술혁신의 역할이 크게 부각됐다.
주어진 기간 기술혁신의 성장기여도가 50%를 훨씬 넘는다는 국가도 나올 정도다.
경기주기만 해도 그렇다.
경기주기는 수요 변화,즉 소비와 투자수요의 변화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지만 공급 쪽에서 찾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발전과 같은 긍정적 공급충격이 발생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호황기가,그런 충격이 사라지고 생산성이 낮아지면 불황기가 온다는 얘기다.
거품논쟁도 있지만 1990년대 미국의 정보기술(IT) 같은 것이 그런 사례다.
당시 '신(新)경제'라는 말도 나왔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낮아지자 전통적 경제이론,예컨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의 단기적 상충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심스런 경제학자들은 필립스 곡선 자체가 보다 낮은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실업률 쪽으로 이동한 것일 뿐 단기적인 상충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립스 곡선을 이동시킨 것일까.
기술진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IT 기술 진보라는 공급충격이 산출량은 늘리고 물가는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공급곡선을 이동시켰고,그 결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낮아져 단기 필립스 곡선을 이동시켰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IT만이 아니었다.
'신경제'라는 말도 IT 때문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기술혁신 하면 떠올리는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는 러시아의 콘드라티예프가 발견한 장기파동의 원인을 기술혁신에서 찾았다.
제1파(1780∼1842)는 산업혁명,제2파(1843∼1897)는 철도의 등장,제3파(1898∼1930)는 전기 및 자동차의 출현과 연결지었다.
그때마다 '신경제'가 있었다.
대규모 투자가 촉발됐고 생산성 향상,새로운 산업재편이 발생했다.
이후 일단의 학자들은 1940년대부터 몇년 전까지를 전자 제약 항공기 석유 등이 주도한 제4파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 생명 나노기술 등이 주도하는 제5파에 진입해 있다고 본다.
그러고 보면 자본주의는 어떤 기술혁명이 생명을 다하면 또 다른 기술혁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성장을 지속하려면 역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선진국들은 제4파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었지만 한국은 위험도 있고,경쟁도 치열한 제5파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승부에 나섰다.
물론 기술만이 성장동력인 것은 아니다.
노동도 있고 자본도 있으며,다른 많은 요인도 있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주5일 근무제 등으로 노동투입의 성장 기여도는 예전 같을 수 없는 처지다.
자본투입의 성장 기여도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기술혁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슘페터는 경제발전 이론에서 이미 한가지 답을 제시해 놨다.
"기술진보는 혁신을 관철하려는 기업가의 공급 수(數)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또 "혁신적 기업가의 공급 수는 사회적 분위기(Social Climate)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사회적 분위기란 사회적 정치적 사회심리적 분위기를 말함은 물론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