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받으면 휴지될까 전전긍긍" ‥ 長期발행 다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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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따른 가동률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판매대금 회수 지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외환위기때 수취어음의 부도로 한달에 수천개 기업들이 연쇄도산한 사례들을 목격한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장기어음이 늘어나자 수취어음들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되살아나는 연쇄부도 공포
크게 줄던 어음이 경기침체를 틈타 다시 늘고 있다.
기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어음결제비중(판매대금으로 수취한 어음 기준)은 42.9%로 최근 1년새 1.4%포인트 늘었다.
기협 관계자는 "전기·기계, 제1차금속, 목제품, 섬유 등의 분야에서 어음결제비중이 특히 높다"고 설명했다.
전북에서 속옷을 생산하는 H패션은 판매대금의 80%를 어음으로 받고 있다.
최근엔 수취어음이 부도나 2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 회사의 이수봉 과장은 "부도난 어음을 회수하지 못하는 바람에 거래은행이 추가로 어음을 할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부득이 거래처에 높은 할인료를 지불하고 어음을 할인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결제기간이 길어져 부도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염료를 생산하는 O사 관계자는 "원료는 현금으로 사오는데 납품후 대금은 어음으로 받아 5개월 이상 현금을 만져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납품후 어음을 받는 기간을 포함하면 대금회수기간이 6개월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유현 기협중앙회 경제조사처장은 "경기침체기에 어음결제기일이 길어지는데다 자금성수기인 9월이 다가오고 있어 연쇄도산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어음결제기간 왜 길어지나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난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원자재 및 부품을 장기어음발행을 통해 구매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중소기업인들은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자기제품을 생산하는 Y산업은 제품판매대금을 어음으로 받는 비중이 지난해 70%에서 올들어 80%로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장기어음 수취로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업단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파로 기협중앙회에는 외상매출 후 공제기금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7월말까지 수취어음 부도로 인한 대출(1호 공제기금 대출)이 2백29건 1백41억1천만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8%와 36.7%가 각각 증가했다.
어음 및 가계수표 관련 대출(2호 공제기금 대출)은 2천8백74건에 6백75억8천8백만원이었다.
이는 작년 동기에 비해 금액은 약간 줄었지만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소액어음 발행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대안은 무엇인가
중소업계는 이러한 장기어음 발행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모든 중소기업들이 어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어음보험료를 낮춰 주고 어음보험 공급규모도 대폭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기업구매자금 대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기업구매전용카드 활용 등 은행을 통한 현금성 결제도 더욱 늘려줄 것을 바라고 있다.
또 90일이상짜리 어음을 발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업체로 규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공제기금 확대도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97년까지 1천4백억원의 기금을 정부가 출연한 이후 지난 6년동안 추가출연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정부의 출연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어음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