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11년째 되는 날이다. 많은 한국 기업인들이 기회의 땅 중국을 넘나들었지만 중국 시장을 잘 읽고 성공한 경영인은 그리 많지 않다. 노용악 LG전자 부회장(중국지주회사 대표ㆍ63). 50대 중반이던 지난 94년 중국에 건너 온 그는 현지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중국 역사와 문화에도 밝아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서 이제 '노 교수'로 통한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은 LG전자를 외국 가전업체중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베이징 연구개발센터 집무실에서 만난 노 부회장은 성공의 비결로 일관성과 현지화를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노조는 잔업과 특근을 자진해 나선다면서 노조의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입니까. "일관성입니다. 주재원이나 법인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업무를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은 낭비지요. 과거를 토대로 발전해야 합니다. 중국 전문가들을 키워 오랜기간 상주시키는 것도 일관성을 지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LG가 중국 내 보직순환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현지화를 늘 강조하시는데요. "생산 마케팅 인재 연구개발 등 전방위적으로 현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현지완결형 기업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직원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현지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LG전자는 3~4개 성을 관장하는 분공사(지역영업본부) 사장 8명중 4명이 중국인인데 앞으론 모두 중국인이 끌고 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중국에서 사업하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세계 최고의 기업을 꿈꾸는 회사들은 어느 누구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중국 가전업체만 해도 LG가 진출할 때 1백여개사에 달했으나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가격전쟁이 벌어지는 시장특성에 맞서 신제품 출시를 빨리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게 성공의 관건입니다." -노사문제는 없었나요. "중국의 공회(노조)는 경영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생산성 제안은 기본이고 성수기에는 잔업이나 특근을 자청해서 하고 비수기에는 직접 제품판매에도 나섭니다. 물론 공장 설립 초기부터 공회설립을 지원하고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열린 경영을 해야 되겠지요." -중국인의 지갑을 열기가 참 힘들다고 합니다. "중국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전제하에 마케팅을 펴야 합니다. 요란한 판촉행사보다 마음을 얻는 신뢰마케팅이 중요합니다. 스포츠나 문화행사에 대한 후원은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LG전자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기간중 아이자이 중궈(愛在中國ㆍI LOVE CHINA) 캠페인을 펼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