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한국공장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과 무리한 임금 인상 및 경영 참여 요구에 따른 것으로 국내에 진출한 다른 외국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25일 "스위스의 네슬레 본사는 한국 내 생산라인을 계속 유지하는 데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한국법인은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일본 태국 등 다른 지역의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만 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한국네슬레 노조가 △이번 협상을 마치더라도 향후 고율의 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영·인사권에도 간섭하려고 하고 있어 네슬레 본사는 한국공장 철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 생산라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사를 설득하고 있으나 (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네슬레는 이에 따라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와 아시아 다른 나라의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경우 어느 쪽이 더 원가경쟁력이 있는지를 분석 중이다. 이 사장은 "스위스 본사는 한국네슬레 노조의 전투적인 성향과 완승을 거두려는 협상 태도,경영권에 간섭하려는 요구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네슬레는 50일 넘게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자 이날 서울 청담동 소재 서울사무소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이 사장은 "노조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청주 공장과 전국 7개 영업본부 등에 대해서도 직장폐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택수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요구는 최소한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지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노조는 11.7% 임금 인상과 더불어 노조원을 이동·전환배치하거나 외주 또는 하도급을 줄 때 노조와 합의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