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 관리 '뻥' 뚫렸다 ‥ 문제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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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격시험 문제를 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현직 간부직원이 돈을 받고 공인중개사 전기기사 등 8가지 자격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엔 특히 교수와 학원까지 연루되는 등 국가자격시험이 '총체적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자격시험 문제는 건당 수백만원에 팔렸으며 학원은 '족집게 학원'으로 명성을 날렸다.
◆ 국가자격시험 '비리 온상' =대전지검 특수부는 25일 돈을 받고 전기기사 등 시험문제를 몰래 빼내 유포한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임모 부장(53)을 구속했다.
또 유출된 문제를 풀어본 뒤 자격증을 딴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전기안전공사 임모 팀장(51) 등 전ㆍ현직 공사 직원 7명과 철도청 공무원 김모씨(51)를 구속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문제 사전유출사건 수사 때 구속된 전기학원장 오모씨(48) 등 5명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 연루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부장은 2001년 2월 자신이 관리하는 공단 금고에 보관돼 있던 전기기사 1차 시험문제를 꺼내 메모지에 옮겨 적은 뒤 오씨에게 건네주고 대가로 50만원을 받는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6백만원을 받고 유출한 혐의다.
또 임 팀장 등은 1회당 2백만∼3백만원을 내고 2001년 9월 제37회 전기기사 1차시험부터 이듬해 12월 제38회 전기기사 2차 시험까지 3∼9차례에 걸쳐 산업인력공단에서 유출된 각종 자격시험 문제를 풀어본 뒤 응시해 자격증을 취득한 혐의다.
◆ 돈으로 딴 자격증 =임 부장이 빼돌린 국가자격시험 분야는 전기기사와 전기공사기사 전기공사산업기사 소방설비기사 철도신호기사 전기철도기사 토목기사 공인중개사 등 모두 8가지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자격증 취득자는 모두 1백여명으로 전기안전공사 전ㆍ현직 직원이 절반을 차지했으며 이중에는 이사급인 박모 지역본부장(59)도 포함돼 있다.
유출된 문제지는 이모 전문대 전기과 교수(48ㆍ구속)와 오모 전기학원장(48ㆍ구속) 등에게 넘겨졌으며 학원은 이들 문제를 응시자 1백여명에게 건당 2백만∼3백만원씩을 받고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와 오 원장은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들에게도 빼돌린 문제와 답을 넘겨줘 이 교수의 딸(24)과 아들(19)이 각각 4개와 2개의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60여개의 자격증을 딴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설비에 대한 검사·점검업무 등을 수행하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전ㆍ현직 직원 50여명도 유출된 문제를 풀고 자격증을 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산업인력공단이 관리하는 5백여개 자격시험중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된 시험이 더 있을 가능성이 커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유배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시험문제 사전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노동부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해 수리키로 했다"며 "다음달 2일까지 신임 이사장을 공개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